작성일
2024.03.20
수정일
2024.03.20
작성자
박지현
조회수
137

[기고] 조소영 교수, 개 식용 종식 특별법과 문화의 갈등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양육 가구 증가 법 제정 중대성 인정
재산권·행복추구권 세부적 고민 부족
법 집행 과정 합리적 대책 강구해야

 

 

지난 1월 8일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약칭 개 식용 종식 특별법)’이 통과되었다. 실태조사나 개 사육 농장 등의 신규 운영 금지 등 공포일로부터 즉시 시행 예정인 규정도 있지만, 이른바 식용 금지 조항은 3년의 유예기간을 지난 2027년부터 누구도 개를 식용 목적으로 사육·도살·유통·판매할 수 없게 되었다.

20대 국회에서도 개 식용 금지를 위한 여러 법안이 발의됐으나 모두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됐다. 하지만 21대 국회에서 드디어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대안이 채택된 것이다. 이 특별법은 개 식용 금지만을 담았던 이전의 동물보호법 개정 내용에 더해 개 식용 관련 업종에 대한 폐업 및 전업 지원 등을 통한 산업구조의 변경까지 포함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개 식용에 대해서는 국내외의 비판 여론이 꾸준했다. 월드컵이나 올림픽 등 큰 국제행사 시엔 해외 동물보호단체들의 항의가 있었고, 손흥민 선수의 SNS에 악성 누리꾼들이 ‘개·고양이·박쥐나 잡아먹는 인간’ 또는 ‘개고기나 먹어라’ 등 인종차별적 비난을 올리기도 했었다.

그러나 개 식용을 둘러싼 갈등의 첨예한 대립은 동물복지 인식의 변화와 향상 이후에도 계속되어 왔다. 2021년 말 ‘개 식용의 공식적 종식에 대한 사회적 논의 기구’로 농림부·관련 단체·비영리 기구·전문가·정부위원 등이 참여한 ‘개 식용 문제 논의를 위한 위원회’가 출범되었지만,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했다.

개고기 판매가 합법이라거나, 합법도 불법도 아닌 사각지대에 있어 제재할 수 없다는 주장이 있었다. 개는 축산법상 가축이므로 식용 고기가 될 수 있다는 육견 농가의 강력한 주장이었다. 하지만 축산법은 사육 가능하고 농가의 소득 증대에 기여할 수 있는 동물을 가축으로 지정해 산업을 육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법이다. 그래서 개가 축산법상의 가축에 포함된다는 것이 개 식용을 인정한 근거는 될 수 없다.

식용 가축 처리에 관한 법은 축산물위생관리법과 식품위생법이다. 축산물위생관리법은 도살부터 가공·유통 과정까지 위생 검사를 받아야 하는 가축에 대해 규정하는데, 개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다만 이 법에는 허용되지 않은 고기의 유통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다. 그래서 이 경우에는 식품위생법을 적용하게 된다. 그런데 식품위생법령상 개고기는 ‘식품에 사용할 수 있는 원료’에 해당하지 않아서 식품 원료로 유통할 수 없고, 이를 어기면 식품위생법에 의해 처벌된다. 즉 개고기 유통은 관련된 현행법상으로도 불법인 것이다.

그렇다면 관련 법률의 해석·적용만으로는 부족했던 것일까. 왜 특별법 제정이 필요했던 것일까. 국민 전부에 해당하는 게 아니라 할지라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할지라도, 일부의 개 식용이 문화로 오래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 원래 문화를 바꾸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특정 문화를 법적 강제로 바꾸는 것이 정당화되려면, 기다릴 수 없을 만큼의 시급성이나 법으로 강제해야 할 만큼 사안의 중대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아마도 반려동물 양육 가구 600만 시대인 현재, 개 식용 종식을 위한 금지법의 도입은 중대성을 가지는 사회적 문제로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입법 목적의 정당성과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입법 과정에서 국회는 국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했어야 했다. 다양한 반려동물 중 왜 개 식용 종식이 더 시급하고 중대한 문제였는지를. 그랬다면 적어도 평등 위반의 시비는 잦아들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동물은 물건이 아니라는 민법 개정안이 계류 중인 현재로는, 육견 농가의 재산권 침해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폐업과 전업을 지원하는 것 외에 상당하고 합리적인 보상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더 어려운 문제는 이른바 식용 금지 조항의 예외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개 식용 종식이라는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일 수는 있다. 하지만 사체 식용이건 영업이 아닌 개인의 사적 행위이건 예외 없는 금지와 처벌의 대상으로 한 것이, 행여 일부 개인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할 우려는 없었는지 국회가 충분히 고민한 것인지 묻게 된다.

개 식용 문화가 있던 대만이나 홍콩,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에서도 개 식용 금지 법제화로 국민 인식과 문화를 바꾸는 노력을 하고 있고, 우리의 입법도 그 자체로는 의미가 있다. 불완전한 법 내용이 문제일 뿐. 하지만 법은 통과되었고, 이제 공은 정부와 지자체에 넘겨졌다. 그러니 강제적 변화에 따르는 문제들에 대한 실질적이고 합리적인 대책이 강구되길 바란다.

*출처: https://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2402061801353304

첨부파일
첨부파일이(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