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24.03.20
수정일
2024.03.20
작성자
박지현
조회수
97

[기고] 조소영 교수, 4·10 유권자의 선택을 위한 또 하나의 기준

22대 총선의 달력 없이도 유권자들에겐 지금이 선거철임을 실감하게 하는 현상이 있다. 후보자들의 시도 때도 없는 선거운동 정보 문자 알림에 노출된 과도한 피로감이 그것이다. 생각해 보면 이 괴롭힘은 한두 번의 선거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또다시 반복되고 있는 이 상황은 현재로선 나아질 기미가 없다.

무한적 당선 경쟁을 해야 하는 총선 후보자들이 여전히 유권자들의 괴로움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유가 뭘까? 우선 선거라는 현실에서는 시간·장소의 제한이 있는 다른 방법에 비해 선거운동 정보의 문자 전송 방법이 비용 대비 유권자 도달 정도가 압도적으로 높아서 후보자들이 선호하는 선거운동 방법이라는 점이다.


 

유권자 괴롭히는 선거운동 문자 폭탄

 

국민 권리 침해 해소할 법적 장치 필요

 

개인정보 수집 제한 입법 번번이 무산

 

이번엔 제도 개선할 후보 잘 골라내야

 

 

다음 이유는 제도적으로는 이 상황을 규율할 수 있는 관련 규정이 선거법에 없어서다. 현행 공직선거법에는 유권자 전화번호 입수 방법에 관한 규정이나 제한이 없다. 그런데다 후보자에게 선거운동 정보를 자동 동보통신 방법으로 문자메시지 전송을 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20명을 초과한 동시 수신에 관한 제한을 두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20명 이하를 수신 대상으로 하는 메시지는 발송 횟수의 제한이 없는 것이 된다. 그래서 문자 발송 대행업체의 주된 업무가 20건씩 나눠 보내는 문자전송서비스 제공이라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온라인에선 유권자 스스로 선거 문자 차단 방법을 공유하거나 문자를 발신한 곳에 전화를 걸어 전화번호 수집에 대해 따지는 일도 적잖고, 당사자의 동의 없는 전화번호 수집은 개인정보 침해가 된다고 여겨 ‘118 상담센터’에 개인정보 침해 신고를 하기도 한다.

한국인터넷진흥원 ‘118 상담센터’에 따르면, 21대 총선 시 선거운동 관련 개인정보 침해 신고 민원 수 5077건은 20대 총선 때의 두 배였고, 제8회 지방선거 때는 8480건이었다고 한다. 정치 지평의 극단적 양분화, 팬덤 정치에의 의존적 정치 현상에 대한 우려가 깊은 이번 총선에서는 더한 상황이다. 원한 적 없고 알고 싶지도 않은 유권자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선거운동 정보 문자는 ‘공해’이자 ‘폭탄’이다.

물론 날아온 문자메시지는 안 읽으면 그만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번번이 깜박이는 문자 도달 신호는 일상의 큰 번거로움이 되고 있다. 공직선거법은 수신 거부 의사표시를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을 문자에 담으라고 명시했다. 하지만 수신 거부 신청 절차에 관한 규정은 없다. 그래서 문자 하단의 차단 안내 절차는 실행이 까다롭고 시간이 걸리는 게 현실이다. 이건 민폐다.


이런 국민의 불편은 권리 침해로 직결된다. 그래서 선거 현장을 변화하게 할 입법적 장치의 설계가 필요하다. 행정안전부나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공직선거법 개정 관련 의견으로 공직선거 시 개인정보 처리 관련 제도 개선에 관한 협조 요청을 하는 것도 결국엔 공직선거법 개정이 해결책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간 국회에서도 문자 폭탄 공해 방지를 위한 법 개정안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8년 이상민 의원이 대표 발의했던 개정안은, 후보자가 전화·문자 등을 통해 선거운동을 하려는 경우 그 사정을 선거구민에게 알리고 동의를 받아 전화번호 등을 수집하게 함으로써 개인정보 수집 근거를 규정했고, 동의 없이 전화번호 등을 수집한 자에 대해 5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처벌 규정을 둔 것이었다. 하지만 이 법안은 국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자동 폐기되었다.

 

21대 국회에도 전화 선거운동의 경우처럼 야간부터 새벽 시간대 중에는 선거운동 정보 문자 전송을 금지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발의되어 있긴 하다. 하지만 이 개정안 역시 논의의 대상이 되지 못한 채 의회 회기 만료로 자동 폐기될 예정이다.

 

개인정보 제공 동의 절차를 통해 수집한 유권자의 연락처를 정당이 제공하는 시스템 도입이나 선거운동 기간 내에 제한적으로 해당 지역의 전체 유권자 연락처를 안심번호로 제공하되 시간과 횟수를 제한하는 등의 대안적 방안들을 입법해야 하는 건 이제 다음 국회의 몫이 되었다.

그러니 새로운 국회 구성권자인 우리 유권자들이 4월 10일 유권자다운 선택을 잘해야만 한다. 번번이 우리 유권자들이 감당해야만 했던 이 불편함을 법제적으로 시정하기 위한 관심과 의지를 가진 그들을 잘 골라내야 하는 것이다.

 

*출처: https://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2403191756025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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