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강명수 교수, 보편적 형태와 죄형법정주의
  • 작성일 2026.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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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로 해결 가능한 디자인 분쟁에

국가 개입하는 형사처벌은 신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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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패션 아이웨어 브랜드 대표의 구속 사태는 법조계와 산업계에 묵직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지식재산권 보호라는 명분 아래, ‘기업가 정신’과 ‘죄형법정주의’라는 헌법적 가치가 어떻게 충돌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번 사건의 법적 쟁점은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자)목, 즉 ‘상품형태 모방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의 정당성으로 귀결된다. 본래 디자인보호법의 등록 요건을 갖추기 어려운 상품 형태의 선행 투자를 보상하기 위한 보완적 민사 구제 대상이었던 이 조항은 2017년 1월 개정(법률 제14530호, 같은 해 7월 시행)을 통해 형사처벌의 영역으로 다소 성급하게 확장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법치주의의 근간인 명확성의 원칙이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다.


타인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하거나 성과를 도용하는 행위는 규제되어야 함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이러한 당위성의 측면에서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형사법의 대원칙인 죄형법정주의와 과잉금지원칙의 준수이다. 즉, 열 명의 죄인을 놓치더라도 한 명의 무고한 사람이 처벌되어서는 안된다는 소극적 실체진실주의의 중요성과 그 가치를 놓쳐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우리 부정경쟁방지법 (자)목에 대한 형사처벌은 다층적인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먼저 무형의 지적 창작을 보호하는 지식재산권은 그 특성상 보호범위 및 침해 해당성 판단이 모호하다는 특징이 있고 따라서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한 형사처벌의 타당성 자체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 부정경쟁방지법은 지식재산권에 비해 권리 자체가 인정되지 않고 구체적인 행위만 규제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어, 침해 해당성 판단이 개별 지식재산권보다 더욱 모호하다는 특징이 있다. 이에 나아가 (자)목은 애초에 부정경쟁방지법의 규제 대상이 아닌 행위를 예외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도입한 규정으로 입법 당시 그 문제를 충분히 인식하여 형사 처벌의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즉, 2004년 (자)목 도입 당시 주지성이 없는 상품형태 모방행위에까지 형사처벌을 부과할 경우 경쟁사업자들이 시장 우위를 점하기 위한 수단으로 고소·고발을 남발하여 오히려 상품 개발과 출시를 위축시키고 상거래 질서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외국 입법례에도 별도의 벌칙 규정이 없거나 드물다는 점이 함께 고려되면서, 당시에는 형사처벌 조항을 두지 않았었다. 그런데 문제는 2017년 개정에서 (자)목을 형사사법의 현대화 경향인 비범죄화에도 역행하는 방향으로 형사처벌 대상에 포함시켰다는 것이다. 2017년 법 개정 당시 전문가들의 검토와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고 이로 인해 동 개정의 타당성에 대해 아쉬움이 많이 남는 상황이다. 이러한 점들을 감안한다면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자)목 위반에 대한 형벌권 행사는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죄형법정주의의 핵심인 명확성의 원칙 측면에서 볼 때, 현재 (자)목의 구성요건은 형사처벌의 잣대로 삼기에 지나치게 모호하다. 법문이 금지하는 ‘모방’의 판단 기준이 되는 ‘동종 상품이 통상적으로 가지는 형태’라는 단서는 실무적으로 그 경계가 극히 불분명하며, 무엇이 ‘흔한 형태’이고 어디까지가 ‘독자적 특징’인지에 대한 판단은 법관의 주관적 해석에 따라 극명하게 갈릴 수밖에 없다. 특히 안경과 같이 기술적·기능적으로 필연적인 보편적 프레임이 존재하는 산업 분야에서는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법 적용이 가능해져, 기업가들은 언제든 수사 기관의 판단에 따라 형사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는 공포에 직면하게 된다.


이와 같은 상황은 (자)목의 모태인 일본 부정경쟁방지법이 상품형태 모방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을 도입하면서 ‘상품의 형태’와 ‘모방’의 정의 규정을 신설하고, 주관적 요건까지 추가하여 구성요건을 보다 치밀하게 설계한 점과도 선명하게 대비된다. 일본에서의 판결은 ‘유통되는 상품 전체의 외관’을 그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상품의 특정 일부분이나 기능적 요소만을 추출하여 유사성을 판단하는 것은 본래의 입법 취지에 어긋난다. 최근 일부 소송에서 3D 스캐닝 기술을 동원해 상품 전체가 아닌 특정 부위만을 측정 대상으로 삼은 뒤 데이터상의 미세한 일치도를 근거로 ‘데드 카피’를 주장하는 보고서들이 제출되고 있으나, 이는 파편화된 기술적 데이터일 뿐 법률적 의미의 ‘형태적 동일성’을 증명하는 절대적 척도가 될 수 없다. 더구나 3D 스캐닝과 그에 기초한 감정, 나아가 이를 토대로 한 소송 수행에는 적지 않은 비용이 수반된다. 그 결과 자본력 있는 선발 기업이 이러한 기술과 분쟁 비용을 사실상 ‘무기화’하여, 자금과 인력이 부족한 후발 신생 기업을 장기간 분쟁으로 압박하거나 시장 진입을 견제하는 수단으로 남용할 우려도 배제하기 어렵다. 일본의 판결 역시 상품의 일부 구성만이 흔한 형태이거나 기능과 관련된 경우 해당 부분을 제외한 특징적 요소에 중점을 두어 전체적인 형태를 비교해야 한다고 판시하며, 일부분의 유사성만으로 상품 전체의 모방을 인정하는 데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결국 현재의 부정경쟁방지법 (자)목에 대한 형사처벌은 죄형법정주의와 과잉금지원칙이라는 헌법적 한계를 위태롭게 넘나들고 있다. 민사 재판을 통한 금지명령이나 금전배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업 간 디자인 분쟁에 국가 권력이 성급히 개입하여 형벌권을 행사하는 것은, 형벌의 최후수단성 원칙에 비추어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영역이다. 사법부는 ‘통상적으로 가지는 형태’에 대한 엄격한 해석을 통해 형벌권 남용을 억제해야 하며, 입법부는 이제라도 불명확한 법 조항을 정비하여 정상적 경쟁과 혁신의 영역까지 형사 리스크로 끌어들이는 ‘형벌 만능주의’의 늪에서 벗어나야 한다. 특히 자본력과 분쟁 수행 능력의 격차가 큰 시장에서는, 형사처벌 조항이 정당한 권리구제 수단을 넘어 경쟁자를 제거하는 전략적 도구로 변질되지 않도록 각별한 경계가 필요하다. 법이 정의를 실현하는 수단이 아닌 경쟁자를 제거하는 전략적 도구로 기능하게 될 때, 시장의 역동성은 파괴되고 그 피해는 결국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타인의 성과에 대한 무임승차나 디자인 카피 행위 등은 규제되어야 하며 이를 부정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침해판단의 모호성이 깊이 내재되고 있고 예외적이고 제한적인 보호를 위해 마련한 행위에 대해 형벌권 행사를 넓게 인정하면 오히려 혁신의 저해와 공정한 경쟁의 위축이라는 부매랑이 될 수 있음을 깊이 유념할 필요가 있겠다.


강명수 교수(부산대 로스쿨)



출처 : 법률신문 (https://www.lawti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9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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